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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게 찢어진 소음에 그늘이 기울어 대쪽과도 같던 달께서 먹혀든다. 망월은 차고 이지러져 삭으로 제 궤도를 달리 해갔다. 허공으로 뿌려댄 흔적을 앞서며 화톳불에 일렁이던 길을 따라가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메인다. 험준하던 세상만사라도 조심히 등져 보이고서 언제까지고 보금자리에 살아봤을 엊저녁이었다. 그리 작던 것이 집재만 한 몸둥이를 이끌어 다채롭게 꾸며냈으나, 갖은 연로들은 적막에 맺혀만 가 옹송그린 어깨를 한층 짓눌러왔다. 우울을 담은 색상의 벽지가 외로이 닳고 꺼진 전등이 아슬아슬 깜빡인다. 무언가 둔탁하게 부닥치는 충돌음에 이어 다 시들어가는 화분이 바닥을 뒹구른다. 스키퍼는 멀쩡했다. 방이 어두워져 앞을 짚을 수 없었어도 그 하나만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협소하게 앞뒤로 삐걱거리다 무언가를 찾고자 뒤척이던 손은 이제 세월이 굳은 채로 액자를 쓸어본다. 손끼리 포개어도 보며 그 위로 얹힌 체온이 영 익숙하지 못해서, 지금 순간만큼은 무심히 나이가 들어 남아있는 종적에 동할 터였다. 한데도 아직 볕이 든 아이만 하랴. 

 탁한 시야에 담긴 마지막은 끝이라기엔 빛나고 있었다. 저 가냘픈 몸에 의미없지만 세찬 날갯짓을 하고선 저물어갈 즈음 쏘아올린 하늘을 휘저어갔다. 기우여도 웃는 낯이 맑아 여지껏 객석에 꼼짝없이 있던 저들은 막내에게 찬사를 전하는 게 다였다. 아름답다고 빗대어 본 조명마저 독선적으로 받아 피날레를 장식하고서 한동안 누군가 서있던 무대의 막이 잠길 때까지조차 그랬다. 정교히 짜인 결말을 향해 끼어들 틈 따위야 시도될 수 없었다. 남은 세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필요없는 해피엔딩. 살면서 이토록 무서웠던 순간이 어디 있겠는가. 그에 홀려 가신 충격이 허망하다 싶어 숨을 죽인 눈물만 미어지게끔 흘겨보냈을 뿐이다. 애틋함을 담아 생긴 후회를 잘게 쪼개어 만든 강으로 살지 못한 자가 지나갈 건넛길을 이뤄낸다. 막 태어났을 적에 맹세해보인 약속 또한 갈 곳을 잃어 제자리에서 메아리를 친다. 가장 작다시피하던 가족에게는 언제나 약해지기만 한 스키퍼였다. 수많은 해와 달을 만나고 자라나면서 나중에는 매정하게 떠나버렸음에도 그는 두려워하는 것이 많았다. 

 

프라이빗, 자랑스러운 막내야. 

 

 값어치 없는 동정을 베풀던 날이 늘고부터는 혹여 네가 들을까 짙은 한숨을 아래로 속삭인다. 당연한 일상처럼 녹아 불쾌한 꿈자리를 여느 때처럼 삼고 딱딱하게 인상을 구겨나간다. 그리고선 잔걱정이라도 샀는지 조막만한 인기척이 조르르 달려오고 만다. 칠흑과도 같아 설령 넘어질 새라 소리가 나는 방면만을 주시하고 있으면 녹슨 접시를 두어번 달그락거리다 음색을 내는 것으로 아이는 곁에 왔음을 보고한다. 입꼬리를 기분좋게 올리며 시선의 끝에서 내려만 보다 마주잡은 것이 도통 차가웠다. 온기랍시고 가진 건 스키퍼가 전부였다. 다 식은 손에 미열을 담으려 애를 써봐도 달라질 일이 아니었다. 한 치 앞도 컴컴한데 대체 무얼 내다봤는지. 그답지 못한 서늘함이 아래서부터 쌓여 등골을 타고 흘러갔다. 자정에 지긋하리만치 바라봤던 이는 헛것조차 되지 못했다. 알고 있던 사실만이 마음껏 뒤섞여 혼란스러움을 가미할 뿐이었다. 주변에 있다고 맹신해왔던 존재가 과연 프라이빗이 맞는지, 애시당초 그 누구의 죽음조차 없었는지 확신할 방도가 없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휘청거리던 자세가 위태로웠다. 스키퍼는 드디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상이 다 거꾸로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급한 일이라도 있었나 보구나.

하지만 이리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단다.


더는 프라이빗이 보이지 않았다. 하고 싶었던 몇마디는 어딘가에 묻힌 지 오래였다. 천장 정중앙에 틀어박혀 엇나간 광원은 시종일관으로 보기 흉하게 깜빡여댔다. 아래로 쏟아붓는 빛줄기에 억지로 떠진 눈을 감아본다. 닫혀있는 눈꺼풀 위로도 어둑히 진 밤볕이 야속하게 밝아 말끝에 원망만 뚝뚝 담아내고 만다. 남색 빛을 뒤엎고 거뭇거뭇 칠해진 방 안에는 여전히 한 사람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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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 Of Doom - Doug Maxwell_Media Right Produ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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