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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동물원 소속 부대 발령 첫 날, 나를 반겨준 건 세 명의 수컷 펭귄이었어. 그들은 각자 스키퍼 대위, 코왈스키 중위, 리코 하사라 소개했지. 주로 나에게 말을 하는 쪽은 스키퍼 대위셨고, 중위는 노트에 뭔가를 끄적끄적 움직였는데, 붉은 크레용이 인상적이었어. 내가 중위의 행동을 쳐다보고 있단 것을 알자 스키퍼는 ‘코왈스키는 까막눈이야. 이건 전부 애들 낙서에 불과하지.’ 하고 웃어 넘기셨어. 그의 거리낌없는 말에 나는 긴장이 풀렸어. 곧바로 중위가 째려봐서 다시 신경이 곤두섰어. 리코 하사는 말이 거의 없으셨어. 음... 부대에 온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요리하신 초밥은 정말 끝내줬지. 그는 정말 만능인이었어.

 

끝내주는 군대 식사를 마치고, 코왈스키 중위가 나를 따로 불러냈어. 스키퍼 대위는 보트 카탈로그를 보고 계셨고 리코 하사는 차고로 나간 뒤였지. 둘이서 얘기하기 딱 좋았던 거야. 중위는 나에게 이것저것 임무를 나눠줬어. 뭐, 이등병에게 기껏 임무여봤자 잔심부름, 미끼 역할 같은 거지만. 그치만 스키퍼 대위는 이런 역할도 훌륭히 완수하는 것에 고집하는 성격이시니 신경을 쓰라고 하셨어. 중위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천천히 노트를 넘기다 아, 그렇군. 이라며 짧은 단말마를 내뱉고는 이야기를 꺼냈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니 자네에게 전해줘도 괜찮겠어. 우리 짐을 보관하는 캐비넷이 보이지? 저기서 명찰이 부착되지 않은 다섯번째 캐비넷이 있어.”

“확실히, 그렇네요 중위님. 그럼 저는 이 캐비넷을 청소하면 될까요?”

“아니, 그런 쓸데없는 짓은 하지마. 자네가 기억해야 할 것은 저 더러운 캐비넷을 절대 열어선 안된다는 거야.”

 

나는 중위의 말을 듣고 영 이해할 수 없었어. 다시한 번 더 캐비넷을 살펴봤지. 스키퍼, 코왈스키, 리코, 프라이빗… 그리고 마지막 캐비넷. 그 캐비넷은 멀쩡했어. 조금 더럽긴 했지만 깔끔하게 청소한다면 아마 그 무엇보다 새것과 같을 물건이었어. 군에서는 상관의 명령이 절대적이었지만, 지금 명령은 의혹이 들었지. 나는 용기를 내서 중위에게 물어봤어.

 

“이해가 잘 안돼요. 멀쩡한 캐비넷이잖아요? 그런데 왜 문을 열 수 없는거예요?”

“스키퍼의 명령이니까. 스키퍼는 신병 골려먹기랍시고 널 괴롭히려고 하는 짓은 안하신다. ...아무튼, 네가 할 일은 저 캐비넷을 열지 않고 관리하도록 해.”

“전혀 납득되진 않지만, 그러도록 하죠.”

“좋은 자세야. 프라이빗, 이 건 외에도 질문이 있으면 언제든지 해도 좋다.”

 

묻고싶은 게 산더미지만, 그의 말 속에는 ‘이 이상 물어보면 가만두지 않겠다.’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져 고개만 끄덕였어. 역시 중위는 말을 마치자마자 자기가 할 일을 하러갔지. 이봐, 신병! 간식을 챙기고 돌아오도록! 찝찝함이 남아있었지만, 스키퍼의 부름에 따르기 위해 잠시 이 일은 뒷전으로 미뤘어. 뭐,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입대하고 이제 반 년이 지났지. 나는 후임이 들어오지 않아 여전히 신병이었고 부대 내 사람들과는 어느정도 친해졌어. 물론, 시키는 것도 열심히 했어. 악어 입 안에 들어가 이에 낀 볼트와 너트 꺼내오기, 알렉스의 갈기 한 가닥 뽑아오기… 수많은 심부름을 하면서 스키퍼도 이제는 나를 어느정도 가족으로 여겨주신 것 같았어. 그래서 기뻤지, 하하.

아,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지? 캐비닛, 맞아. 솔직히 말하면, 궁금증이 해결되긴 커녕 더더욱 늘어버렸어. 그야 그렇잖아? 저 캐비넷, 애초에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 그런데... 하아. 내가 좀 더 거친 성격이었다면 젠장할!이 나올 법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그것’은 내가 혼자 있을 때마다 일어나.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캐비넷에. 그러니까, 자꾸 덜컥거려. 덜컥덜컥덜컥덜컥. 아무것도 없는대도 그래. 어떻게 아냐고? 스키퍼한테 물어봤지. 스키퍼, 저 안에는 도대체 뭐가 있는거죠? 스키퍼는 슬쩍 캐비넷과 나를 번갈아보곤 건성으로 답했어. 그 안에는 내 모험심이 담겨있지! ... 스키퍼의 모험심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별 게 없는 듯 했어(뒤늦게 알았지만 스키퍼도 잘 모른다고 전했어). 그럼 분명히 살아있는 것은 아니잖아? 그런데 저 캐비넷은 끊임없이 덜컥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어. 코왈스키는 이것을 헛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고 리코도 전혀 모르겠다는 눈치야. 아무래도 이 사실을 나만 알고 있나봐.

 

문제가 있다면 또 있어. 하하, 바로 삼 주 전, 이제는 덜컥거리면서 조금씩 무언가의 말소리가 들려와. 처음에는 뱀이 기는 듯한 목소리, 그 다음은 쇳소리, 또 들릴 듯 말 듯한 무언가의 소리... 내용은 전혀 모르겠어. 다른 대원들이 있을때도 이제는 소리를 내. 하지만 그 누구도 듣지를 못해. 이제는 아예 내 얘기는 묵살되버린다고!

 

화내서 미안해. 실은... 말하지 못한 게 있어. 이것을 녹음하고 있는 지금, 녹음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전부 녹음기의 내용이야. 스키퍼의 일지를 기록하기 위한 백업용 녹음기지. 어쨌든, 내 목소리가 떨리지만 않으면 좋겠다. 아니, ‘그 목소리’가 같이 녹음되길 바라고 있어.

 

그치만, 캐비넷 너머로 들리는 저 “프라이빗, 날 여기서 꺼내줘.” 목소리는 명백하게 내 목소리와 일치하니까. 제발 이걸 누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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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 Of Doom - Doug Maxwell_Media Right Produ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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